깜짝스타 한성구 뒤엔 남몰래 스카우트가 있었다
지난 14일은 KIA 한성구(24)가 생애 처음으로 1군 경기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날이었다. 그는 이날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 7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3안타 3타점 1볼넷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1-0으로 앞선 3회초 2사 만루에서는 김병현(33·넥센)을 상대로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날렸다.
그렇게 탄생한 또 한 명의 '깜짝 스타'는 경기를 마치고 "내가 뭔가를 이룬 건 아니지만 지금 부모님 생각이 가장 먼저 난다"고 했다. 이어 "박철우 2군 총괄 코치와 홍세완 2군 타격코치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후배 (안)치홍이에게 고맙다"고 했다. 부모님과 2군 코칭스태프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성구가 안치홍(22·KIA)의 이름을 부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깜짝 스타' 한성구의 뒤에는 '남 몰래 스카우트' 안치홍이 있었다.
한성구, 인생을 경험하다
한성구는 서울고 시절 부동의 4번타자였다. 당시 그는 임태훈(24·두산)·이병용(24·은퇴)·이형종(24·은퇴) 등 빼어난 투수들을 리드하는 유망한 포수였다. 2007년 프로 진출 대신 홍익대를 선택했으나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성구를 지명한 구단은 없었고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소식을 들은 그는 눈물을 쏟고 말았다.
부모님은 "괜찮다"고 했으나 한성구는 야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공사장에 식사를 납품하는 한 외식업체에서 음식 재료를 선별하는 일을 했다. 세 달 가까이 그 일을 하며 야식을 먹다 보니 체중이 25㎏이나 불었다. 한성구는 다시 야구를 시작하려 했으나 입단 테스트를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2010년 11월 불펜 포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고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조범현(52) 전 감독이 그를 알아봐 신고 선수 테스트를 받게 됐다. 조 전 감독은 한성구가 서울고에 다닐 때 인스트럭터로 그를 지도한 적이 있다. 한성구는 그 때를 떠올리며 "살을 빼기 전이었다. 너무 힘들어 한 바퀴를 뛰고 주저앉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그 장면을 본 코칭스태프의 실망감은 컸다.
그런데 2011년 1월 한성구는 KIA의 신고 선수로 입단하게 됐다. 첫 테스트에서 실망감을 안겼던 터라 코칭스태프의 여론은 부정적이었고 스스로도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던 차였다. 그러나 합격 통보를 받았고 당시에는 '운이 좋았다'고만 생각했다. 한성구는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 (안)치홍이가 코칭스태프에 나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며 "신고선수에 입단한 것부터 1군에 올라오는 과정까지 치홍이가 남몰래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안치홍은 그의 서울고 2년 후배다. 한성구는 "치홍이가 도와주고 있는 걸 전혀 몰랐다. 매니저님이 말씀해주셔서 뒤늦게 알았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더라"며 "요즘에도 치홍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 팀을 이끄는 간판 선수인데 못난 선배까지 신경써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한성구는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안치홍에 대한 고마움으로 이를 악물었다. 체중도 25㎏을 감량해 다시 80㎏대로 돌아왔다. 선동열(49) KIA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도 새벽마다 뛰더니 경기 중에 내야안타를 치고도 1루까지 죽기살기로 뛰더라"며 "저런 선수에게는 몇 번이고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한성구는 선 감독이 준 기회를 완벽하게 잡아내고 있다. 올 시즌 5경기에 나서 타율 6할(15타수9안타) 4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선 감독은 "수비는 경험이 더 쌓이면 나아질 것"이라며 한성구를 지속적으로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한성구는 "1군에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경험을 쌓고 싶다"며 "나는 길게 보고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위치가 못 된다. 그저 그날그날 최선을 다해서 작은 경험이라도 내 눈과 몸에 새기는 게 작은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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